대통령의 휴식처, 청남대를 걷다
청남대에 다녀왔어요. 큰길에서 청남대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는 샛길로 들어서자마자 무시무시한 글이 쓰여있었어요.
"밀릴 경우 여기서부터 3시간"
제가 방문한 날은 평일이었어요. 사람들 방문이 많을 때는 대기줄이 엄청난가봅니다. 샛길을 따라서 잠시 가니 또 안내문.
"밀릴 경우 여기서부터 1시간 30분"
길이 왕복 2차선이라서 청남대 방향으로 한 번 들어서면 차를 돌리는게 쉽지 않겠더라고요. 저희는 드라이브 속도로 여유 있게 청남대 입구가 나오기를 기대하며 계속 나아갔습니다.
"역시 오늘은 평일이라 사람이 없나보네.한가해서 좋다"라는 말을 하고 나니 주차장이 나타났습니다.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어요. 드넓은 주차장에 차가 꽉 차있었어요. 조금 더 걸어가니 관광버스는 따로 주차장이 있었어요.
입장권은 사고 드디어 청남대를 돌아보았어요. 청남대 안의 조경이 무척 잘 관리되어 있었고 수목 또한 수려한 것들로 가득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우아한 공작단풍나무도 여러 그루 있었어요.
하늘 정원가는 길이라고 쓰여있어서 작은 2층짜리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어요. 그곳에는 작은 정원이 있어 잠깐 휴식하기 좋겠어요. 망원경은 돈을 넣지 않아도 건너편의 사찰, 현암사가 보였어요. 그리고 다시 내려와서 길 따라 걸었어요.
이렇게 표지판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이 표지판을 보면 노무현대통령 때인 2003년 04월18일에 청남대가 국민에게 이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드디어 파란 지붕의 청남대에 입장. 이곳에서는 신발을 벗고 신발주머니에 넣은 후 준비된 슬리퍼로 갈아 신고 가야 합니다. 신발은 어른용과 아이용이 따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입구에서 설명을 해주시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청남대의 의미는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는 뜻입니다."
각각의 방마다 설명이 있어요. 집무실, 거실, 침실, 식당, 접견실, 회의실, 손님방, 가족침실, 손님용 침실과 대통령 전용 이미용실까지 갖춰져 있었어요. 정말 고급지고 화려한 1980년대의 집입니다.
다음으로 정원을 돌았어요. 고운 빨간 색의 단풍나무가 물들어 있고 분수도 음악에 맞춰 물을 뿜었어요. 대청호 옆의 갈대밭 역시 아름다웠습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에는 벤치가 있어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제가 갈까 말까 했던 곳이 있었어요. 대통령이 골프를 쳤던 곳이라네요. 그래도 온김에 가보자 하고 걸었어요. 안 갔으면 후회할 뻔했어요. 아니죠. 못 봤기 때문에 후회를 안 했을지도요. 저는 이곳이 청남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합니다.가슴이 탁 트이고 단풍과 은행나무가 조화롭게 어울렸거든요.
언덕을 올라가면 2인용 흔들그네가 있어요. 눈앞에 펼쳐진 잔디와 빨갛고 노랗게 물든 나무를 보며 그네에 앉아 잠시 쉬었어요. 오른쪽에는 대청호가 보입니다.
청남대를 둘러본 후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나라를 망쳐놓은 대통령이 이곳에서 팔자 좋게 쉬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화가 치밀기도 하고, 국민의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이곳에 머물며 휴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어요. 요새 같은 청남대를 지금은 국민들이 와서 관광할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청남대 관람안내 표지판이 곳곳에 있고, 현 위치 표시까지 되어 있습니다. 시간별로 코스가 다양합니다. 코스만 봐도 청남대가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었어요. 이른 시간에 가신다면 여러가지 코스를 가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 숙박 프로그램도 있나봅니다. 숙박을 한다면 대통령의 휴가를 누려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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